대한민국이 또 한 번 논문 표절로 시끄럽다. 유명 국립대학 교수가 논문 표절로 사퇴했고, 독설로 유명했던 스타 강사가 방송에서 하차했다. 표절 의혹을 받은 한 인기 연예인은 바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신정아 사건으로 사회적 의제로 떠오른 논문 표절은 고위 공직자의 청문회 과정의 단골 검증 메뉴로 자리잡았다. 의혹을 받은 후보자들이 낙마하기도 했고, 현직 의원이 탈당했다. 표절에 관한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다.
의혹의 당사자들은 과실을 인정하는 한편 어쩔 수 없는 측면에 대해서는 항변하기도 한다. 일과 학업을 동시에 하면서 엄밀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인정하기도 하지만 국내에 표절 의혹에서 자유로운 석사 논문이 과연 얼마냐 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논문 의혹이 불거지면 대학은 언제나 연구 윤리 강화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윤리적 측면을 보강한다고 표절할 사람이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긴 힘들다.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도 높은 학위를 날개로 생각하는 것이 학벌 중심 사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들 말대로 본업과 학업을 동시에 진행하며 촉박한 시간에 좇기면 어떤 윤리적 측면을 강조한다 하더라도 표절의 유혹에서 자유롭기 힘들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표절한 것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그러나 학위논문 이후엔 더 이상 논문을 쓸 필요도 의사도 없는 이들에게 똑 같은 학위수여 기준을 적용해 의무적으로 논문을 쓰게 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 재고해 볼 필요는 있다.
호주 대학원은 수업만으로 학위를 받는 과정과 논문만으로 학위를 받는 과정이 별도로 존재한다.
호주의 이원적 대학교육 시스템은 이런 측면에서 한국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호주의 대학원은 수업과 과제 및 시험으로 이루어진 ‘코스웍’(Course Work) 과정과 연구 및 논문 작성을 하는 ‘리서치’ (Research) 과정이 있다. 코스웍 과정은 졸업 후 취업을 목표로 하는 경우, 리서치 과정은 연구 및 교육 분야에서 일하고자 하는 경우에 지원한다.
현업에 종사하면서 좀 더 높은 학위를 받고자 하는 경우 대게 코스웍 과정에 지원한다. 일부 전공에는 코스웍 과정으로 박사 학위를 받는 ‘전문박사 과정’ (Professional Doctorate)도 개설되어 있다. 연구와 논문 보다 이론과 학위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찾는 과정이다.
대학원 과정의 이원화는 유명인의 논문 표절 시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동시에 연구 과정에 대한 엄격한 관리를 통해 예비 연구자들의 논문의 질도 재고할 수 있다. 나아가 성실한 학생들 조차 잠재적 표절자로 동일시되는 자괴감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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