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피아란: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정부 부처의 관료가 퇴직한 뒤 관련 기업에 전관예우로 재취업하는 유착 관계를 의미한다. 이는 각종 납품 비리나 대형 사고로도 이어지며 부패의 고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마피아로 비유된다 (2014.4.24 중앙일보)
세월호 사고 이후 '관피아'라는 말이 끊임없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처음 언론에서 쓰인 것이 언제인가 네이버 뉴스 검색을 해 본 결과 4월 24일자 중앙일보 기사로 나타났다. 불과 한 달 여 사이에 4천 건 이상의 뉴스에서 '관피아'를 언급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을 보면 세상을 등지고 사는 자가 아니고서야 그 말을 한 두 번 들어 보았음직 하다.
유관기관에 취업한 퇴직관료들이 관행적으로 저지른 부정부패와 안전불감증이 세월호 사고의 큰 원인 가운데 하나였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에 따라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 및 처벌은 당연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언론에서 만들어낸 '관피아'란 말은 문제의 핵심을 명료하게 짚어주지만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관피아'란 말은 그 대상을 잠재적 범죄인으로 간주한다. 현 시점에서는 세월호 사고에 책임이 있는 해수부 출신의 특정 인사들을 지칭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없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이 말은 분명 실질적인 부정부패와 관련없이 '관련 기관에서 근무하는 전직관료'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표현이 될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오늘 자 동아일보를 보면 정부통계를 통해 알아본 "관피아 현황"이라는 그럴싸한 기사에 관료출신으로 유관기관에서 일하는 수 백 명의 명단을 올려 놓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댓글을 보니 예상대로 그 명단이 마치 부정부패자 리스트라도 되는 냥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동안 보고 느낀 한국 사회의 현실을 감안하면 그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이 실제로 크고 작은 부정부패에 연루되었을 것 같다는 느낌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다 할 지라도 전직 관료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욕을 먹고 언론에 이름 까지 오르내려야 할 이유는 없다.
'관피아' 문제의 핵심은 전관예우와 내부 고발을 터부시하는 한국 문화이다. '관피아'라는 말은 그 핵심을 흐리고 재취업한 전직 관료라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비단 전직 관료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문제는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다. 언론인 출신이 기업의 홍보담당 임원으로 옮겨가 스핀닥터 역할을 하는 것이 그런 예라 할 수 있다. 기자가 퇴직하고 기업으로 이직하는 것 자체를 나쁘게 보면 안 되는 것처럼, 어떤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가진 퇴직 관료가 관련 기관으로 재취업 하는 것 자체를 문제인 것 처럼 호도해서는 안된다.
'관피아'란 말의 문제점은 보수언론에서 유행시킨 '귀족노조'란 말 처럼 맥락이 거세된 채 특정집단을 지칭하는 말로 쓰일 가능성이 농후하고, 실제로 이미 그렇게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귀족노조' 같은 경우에는 그 표현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노조 활동가들 그리고 그들과 유사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그 표현의 부당성이 끊임없이 제기될 수 있지만, '관피아'는 그럴 것 같지 않다 (그 표현을 문제 삼는 사람은 아직 조갑제 씨 한 명 밖에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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