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아기 돌이 한 달 앞으로 다가 왔다. 그동안 먹인 산양분유 스푼을 차곡차곡 모아둔 것이 큰 통으로 거의 가득찼다. 흰색 스푼은 세 달 동안 한국 갔을 때 가져 간 산양분유가 다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샀던 일동산양 스푼...ㅋ 호주산양분유 생각하고 수퍼 갔다가 그 가격에 놀라서 쓰러질 뻔 했던 기억이...ㅎㅎ
신종 등골브레이커 (-_-)ㅋ
우리가 처음 산양분유를 시작했던 이유도 여느 집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모유가 충분치 않았고, 거기서 오는 엄마의 어떤 죄책감(?) 같은 것이 아내로 하여금 '모유에 가까운 것', '모유 만큼 좋은 것' 뭐 그런 것을 찾게 했을 거고 그래서 선택했던 것이다. 난 사실, 젖소가 아닌 양에서 짠 우유를 먹는다는 사실도 잘 몰랐을 만큼 산양분유 따위는 들어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그 분유를 먹이겠다고 하면서 아내가 몇 번이나 괜찮겠냐고 물었던 건 나중에 알게 됐지만, 만만치 않은 가격 때문이었던 것이다 ㅋㅋ 한 통만 먹으면 끝나는 것도 아니고, 점점 늘어나는 수유양 따라 절정기(?) 때는 한 통으로 일주일도 못 가곤 했다. 그런데도 분유통 가득 타서 먹이는데, 이따금 반도 안 먹고 남기면 어찌나 얄밉던지 ㅎㅎ
그나마 1년 동안 더 싼 분유 없나 눈 돌리지 않고 이걸 먹일 수 있었던 건 당연히 아기가 좋아했고ㅜㅠ 먹고나면 트름도 시원하게 잘하고, 엄마들의 로망(?)이라는 황금변도 매일 같이 봤던 것... 거기에 하나 덧 붙이자면 호주에서는 한국과 비교하면 그나마 가격이 싸다는 점이다... 3만원 정도 하니까, 한국 갔을 때 먹였던 일동산양보다 2만원이나 싸다. 물론, 한국 분유 시세를 내가 알았을 리 없고, 분유 사러 갈 때 마다, 연일 세일을 거듭하는 다른 분유와 달리 독야청청 유일하게 30$가 넘는 가격표에 세일이라곤 1년 내내 한 번도 없는 그 담대함이 아니꼬왔던 적이 종종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퍼 가판대에서 이 녀석이 없는 날이 부지기수. 중국인들의 엄청난 사재기와 본국 배송 때문이었는데. 그 결과 호주 자국민들이 산양분유를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1인 4통 이상 구입 금지라는 조치가 취해지기까지 했다.
왜... 산양분유를 먹였느냐... (한국에서는 산양 먹이면 이런 질문을 많이 듣는것 같더라) 나 처럼 따지기 좋아하고 이것저것 비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딱 보자마자 "프리미엄" + "내 아이에겐 최고만 주기"라는 평범한 자본주의 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낸 거품가격이야!!! 라고 말하지 않고 1년 내내 이걸 고분고분 먹인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지만 딱히 이유는 없었다. 결정하기 전에 여기 저기 정보를 찾아 본 것도 아니고, 원래 모유수유를 계획했다가 갑작스럽게 먹이게 된 터라 걍 이데올로기가 호명하는대로 '좋은아빠' '좋은엄마'가 되기로 했던 것 같다.
유아용품은 이렇게 자본주의와 가부장 이데올로기를 호위무사 삼아 자기 물건 사는데는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 부모들이 비싸다 비싸다 하면서도 사게 만드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이 유아용품 만드는 업체나 사람들, 특히 분유같이 입으로 가는 걸 만드는 사람들은 99% 자본의 논리를 따르더라도 최소한 1%의 양심과 윤리의식을 가지고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렇게 잡설로 끝내면 혹시나 산양분유 정보를 찾으러온 사람들이 짜증날 수 있으니, 내가 최근에 재미삼아 읽어본 몇 몇 논문에서 본 내용들을 간단히 적어보자면... <Less lactose> 유당이 젖소 분유보다 적다. 그래서 비교적 소화가 쉽다고 한다. 선천적으로 우유의 유당을 잘 소화흡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아시아인들에겐 많다는데, 그런 경우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외에 나온 결과들은 여전히 논쟁적이다. 알러지 발생 확률이 낮다는 연구도 많이 있는데, 그에 대한 반박도 있다. 뭐 이 외에 온라인에 돌아다니는 이야기는 대체로 "anectote"라 규정한다. 그러니까 "산양분유 먹어서 더 튼튼하다" 이런 류의 얘기들, "산양분유 먹어서 몸무게랑 키가 팍팍 는다" 류의 얘기들은 (실은, 우리도 주변 사람들한테 이런식의 얘기를 했지만... ) 그냥, 그러하다 믿는 사람들끼리 돌고 도는 얘기일 뿐 아직 구체적인 근거랄 건 없다. 물론, 개인적인 수준에서 맞을 수는 있다. 그러니 산양분유를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할 사람들은 집안에 우유를 잘 못먹는 내력이 있는 경우가 아닐까... 그리고 아기가 일반 분유를 먹었는데, 막 토하고 잘 소화를 못 시키는 경우... 물론, 이것도 어디까지나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내가 생각한 것이고, 언제나 그렇지만 가장 정확한 선택방법은 의사와 상의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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