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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1.21 호주에 칼퇴근 데이가??

대한민국에서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꾼다는 것은 그 슬로건의 주인이 대선 후보를 열망했던 것 만큼 간절하지만 이루기 어려운 소망이었을까? 

<그림: http://blog.daum.net/main-consulting/5145036>


전쟁과 가난을 직접 경험하고 극복한 부모님 세대 덕분에 우리들은 '보릿 고개'를 경험이 아닌 학습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삼시 세끼를 챙기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 현실을 생각하면 문자 그대로의 '저녁이 있는 삶'은 이미 오래전에 이루어졌음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저녁이 있는 삶'을 갈구한다. 그건 바로 우리에게 '저녁'이 더 이상 우리 생활에 필요한 1,000 킬로칼로리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수단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누군가에게 '저녁'은 함께하는 육아를 의미할 것이고, 다른 누군가에겐 연인과 함께하는 데이트일 수도 있다.


11월 21일 오늘은 호주의 '칼퇴근 날' (National Go Home On Time Day)이다. 호주에 사는 한국인들이 보면 천인공노(?) 할 수도 있다. 마감 시간 전에 이미 셔터가 절반 쯤 닫힌 상점이나, 더 이상 방문객을 받지 않는 각종 기관을 늘상 지켜본 우리에게 호주인이 칼퇴근을 운운한다는 것이 어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각종 통계수치까지 내걸고 호주인의 과잉업무를 지적하는 주최측의 모습은 자못 결연하기까지 하다. 


<그림: http://www.gohomeontimeday.org.au>


물론, 여기서 호주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이 OECD 평균인 1,749시간에도 못 미치는 1,587시간이란 점을 공개해 그들을 민망하게 하고 싶진 않다. 나아가 2,193시간을 일하는 한국인과 비교할 생각도 없다. 분명한 것은 통계에도 불구하고 OECD 평균 노동시간을 상회하는 노동자들이 호주에 존재할 것이란 점이다. 

우리는 종종 "배부른 소리한다"는 말을 듣는다. 그런데 호주의 '칼퇴근 날' 처럼 '배부르고 염치없는' 주장과 생각을 통해 사회는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삼시 세끼 챙기는 것이 어렵지 않을 만큼 '잘 산다는' 나라,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라 자부하는 나라에서 '저녁이 있는 삶'은 당연한 '배부른 소리'임에 틀림 없을 것이다. 

부모님 세대가 우리 세대에게 삼시 세끼를 선물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다면, 이젠 우리가 다음 세대의 '저녁'을 위해 밤낮으로 '배부른 소리'를 해야 할 때가 아닐까?

Posted by 세월부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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