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나라로 불리는 일본에 비하면 호주는 여전히 한국에게 '멀고도 먼 나라'임을 부정하긴 힘들 것 같다. 그래서 가끔씩 언론에 등장하는 호주 이야기도 소위 '해외토픽'이란 코너에 어울리는 내용들이 보통이다. 악어 이야기, 고래 이야기, 캥거루 이야기...ㅎㅎ


한호 수교 50주년이 지났지만, 호주에게도 여전히 한국은 먼 나라임에 틀림 없다. 김치의 나라, 태권도의 나라...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의사당에서 태권도를 하는(?) 나라 정도... 그 외에 '코리아'는 대게 북한에 관한 기사 일색이다. 


그런데 최근 호주 언론 하나가 대한민국을 제대로 낚는 기사로 화제인가 보다. 브리즈번의 MX라는 신문에서 올림픽 메달 순위를 보여주는 표에서 남한을 'Nice Korea' 북한을 'Naughty Korea'로 적은 것이다. 


한국 기사 내용을 제대로 보진 않아서 국내에선 이를 어떻게 바로보는지 잘 모르겠지만, 대충 예상해 보면 '그래도 같은 민족인데 저런 표현은 너무한 것 아니냐'라는 부정적 반응, '재밌네'라는 반응, '나쁜 놈들을 나쁘다는데 뭐가 잘못이야 이 빨갱이들'이라는 반응 정도가 있지 않을까 싶다. 작은 일에도, 특히 국가의 이름이 걸린 일에는 너도 나도 투사가 되길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에 뭐 이상할 것도 없다. 덕분에 MX는 제대로 유명세를 떨치게 된 셈이다. ㅎㅎ


만약 MX라는 신문이 어떤 신문인지 알고있다면 그냥 웃어 넘기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을까 싶다. 브리즈번에 살면 누구나 거리에서 쉽게 접하게 되는 소위 무료 신문 MX는 호주 출신의 세계적인 미디어 황제 머독이 소유한 뉴스코프가 소유한 브리즈번 내 타블로이드 신문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타블로이드는 MX의 판형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콘텐츠에 대한 의미이기도 하다. 흔히 황색저널리즘이라 불리는 선정성 강한 기사들의 집합이 MX인 것이다. 늘 거대한 사진이 1면을 장식하고, 그 이후 면도 수 많은 연예인, 스포츠 스타, 길거리 일반인들의 사진들로 도배를 하는 신문이다. 뭐, 그러니 이런 신문에 대고 "아무리 북한이 나쁘다지만 일개 국가인데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잘못 아닌가"라고 말하면, 이 신문은 한 때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던 답을 할 것이다. "아 놔, 웃자고 던진 거에 죽자고 달려드네" ^^;


브리즈번에 대표적인 지역 신문이 (흠, 개인적인 의견일수도) MX를 포함하면 총 세 가지다. 아마도 가장 많은 부수를 자랑할 커리어메일(Courier Mail)과 브리즈번타임즈(Brisbane Times)다. 언론에 별로 관심이 없다면 브리즈번 타임즈 보다 씨티 뉴스가 더 유명하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다 ㅎㅎ 그럼 할 말 없다 ㅋ 둘 가운데 커리어메일은 역시 머독이 소유한 뉴스코프 군단이다. 그렇다면 역시 타블로이드인가?? 나는 이를 '있는 척 하는' 타블로이드라 부른다. MX처럼 대놓고 선정주의를 표방하지는 않지만, 소위 언론 좀 공부한다는 사람들이 말하는 '뉴스의 엔터테인먼트화'의 전형이라 보면 된다. 반면, 브리즈번타임즈는 뉴스코프의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그나마 호주에서 언론이라 부를 수 있는 페어펙스 미디어의 신문이다.


타블로이드가 나쁘다 좋다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면 적어도 학교에서 내가 만난 사람들은 (MX는 당연한고) 커리어 메일도 타블로이드임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어떤 신문이 타블로이드인지 인식하고 보는 것과 그런 인식 없이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에도 소위 대형 언론 가운데 이런 '점잖은 타블로이드'가 많지 않은가 싶다. 그리고 보통은 그 점잖음에, 그리고 '정론지'라는 그들의 주장에 묻혀 타블로이드란 사실이 잘 인식되지 않는 것 같다. '진보 vs 보수 언론'이라는 현존하는 구도가 아니라 '정론 vs 타블로이드'라는 구도가 되길 기대해 본다. 제 몫 찾아주기 운동이었던가^^

Posted by 세월부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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