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 이어 이번에는 민간 사업자들이 아닌 정부 또는 공공기관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대응하는 방법과 제 경험을 적어보겠다.




#2 호주의 정부&공공기관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으신 적 있으신가요?



합법적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 국가! 그 국가를 이끌어가는 정부. 그리고 그 정부를 움직여가는 사람들 공무원. 일개 개인들은 정부/공공 기관에서 부당한 일을 당하더라도 제대로 대응하기 힘든 경우가 많을 것이다. 심지어 그것이 문화/언어가 다른 외국이라면 두 말 할 나위도 없고.


호주에서 생활하다 보면 정부/공공기관에 민원때문에 방문하는 일이 생길 것이다. 운전면허를 발급하러 갈 수도 있고, 비자와 관련된 일도 있고, 세무와 관련된 일도 있고......


저마다의 경험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법령과 규정에 따라 맡은 분야의 일을 처리하는 공무원들이기에 어딘가 모르게 딱딱하고 때론 불친절하다는 느낌을 받기 쉽상이다. 특히, 어떤 질문을 했을 때, 이미 홈페이지나 안내자료에 적힌 원론적 내용들을 그대로 반복하는 경우를 보면 흔히 공무원들에 대해 비판할 때 종종 듣는 '책임회피', '무사안일' 따위의 말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간혹 '진상'을 부린다거나, 집요하게 요청을 하는 경우 '원래 000는 안되는데, 이번에만 해드립니다'라는 대답을 듣는 경험을 했거나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호주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진상을 부리고 싶어도 일단 영어가 안되는데, 규정과 재량 사이에서 공무원을 설득하는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그래서 뭔가 이건 아니다 싶어도 속수무책이기 쉽다.


이번에 포스팅 하는 나의 경험은 퀸즈랜드주에서 블루카드를 발급하는 법무부와 있었던 답 없는 문제를 쉽게 해결했던 경험이다.

  

<배경>


블루카드는 호주 퀸즈랜드에서 미성년자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업무 종사자들이 법무부 해당 부서에 신청해 발급받을 수 있으며, 특별히 추가 증빙서류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 업무일 기준 28일 이전에 발급이 완료된다.


Image result for bluecard


<상황>


1. 블루카드가 필요한 상황이 생겨서 온라인으로 신청을 했다. 몇 일 뒤 신청 잘 받았고 처리하는 중이라는 메일을 받았다. 그리고 약 3주가 지나 함께 신청했던 사람은 우편으로 발급된 카드를 받았다. 


2. 예상 기간이 지나고 블루카드 담당 부서에 전화를 했다. 친절한 답변을 받았다. 현재 경찰에서 신원조회 단계에 있으며, 결과가 나오면 곧 처리된다고 한다. 진행상황이 궁금하면 주말 쯤 다시 전화를 달라고 했다.


3. 1주일이 지나서 다시 문의를 했다. 지난 주에 전화를 했을 때 상황을 이야기 했다. 현재 경찰에서 신원조회 단계에 있으며, 현 단계에서는 해당 부서에서 더 이상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했다. 1주일 쯤 뒤에 다시 전화해서 확인하라고 했다 (음... 이 때 부터 뭔가 기분이 ㅆ ㅏ ~ ) 


4. 1주일이 지나고, 주변에서 블루카드 발급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모두 이상하다고 한 마디씩 거들었다. 다시 담당 부서에 문의 전화를 했다. 상황을 다시 설명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28일이 단지 예상 기한이며, 이런 저런 상황에 따라 그 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기존과 똑같이 현재 내 서류는 경찰 신원조회 단계에 있으며, 이 단계에서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했다.


5. 뭔가 잘못되었구나 싶었다. 누군가 소위 중간에서 일을 "짬" 시켰구나 하는 (대한민국 육군 만기전역자의) 강한 촉이 왔다. 그래서 몇 일 뒤 다시 전화를 해서 요즘 경찰 범죄기록증명서도 15일 밖에 안 걸리는 데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신원조회 단계에서 멈출 수 있냐고 물었다. 물론, 같은 대답을 받았다 - 신청자가 많으면 늦어질 수 있고, 경찰 신원조회 단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게...blah blah blah. 대답을 기대 하진 않았지만, 어디 경찰 어느 부서에 요청했냐고 물어 보았다. 답변은 역시나 "알 수 없어"였다. 그렇지만 자신들이 경찰에 신원조회를 회보한 것이 무려 두 달 전이라는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 


6. 더 이상 문의해봐야 얻을 것이 없다고 드디어 판단했다. 그냥 기다리면 절대 처리가 완료되지 않을 것이란 강한 예감도 함께했다. 경찰에 직접 수소문해야겠다는 다소 무모한 결심을 하고, 일단 호주 연방경찰의 범죄기록 담당부서에 먼저 메일을 보냈다. 최대한 공손하고, 불쌍하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사실, 그냥 무시하거나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이 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답변을 받았다. 그쪽에는 내 이름으로 관련 조회 요청이 없었으니 블루카드 담당부서에 연락해 어디로 보냈는지 확인해 보라는 것이다... (근데, 거기선 안 가르쳐준다고요 ㅜㅜ)


7. 다시 블루카드에 전화를 했다. 그리고 연방경찰 범죄기록 담당자로부터 내 블루카드와 관련된 신원 조회 요청이 없었다는 것을 얘기했다. 담당자가 놀라면서, 본인들도 그 서류가 어디로 보내져서 처리되는 지 모르지만, 연방경찰이 아니라 퀸즈랜드 경찰에서 처리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애둘러 답변했다. 그래서 이번엔 퀸즈랜드 경찰청 범죄기록 담당부서에 문의를 넣었다. 그런데, 연방경찰과 달리 여기선 아무 대답도 듣지 못했다.


8. 그렇게 또 시간이 흐르고, 그냥 카드 발급신청서를 다시 작성해서 보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뭔가 또 속이 꽉 막히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하염없이 블루카드 담당부서의 웹페이지에 있는 각종 안내 자료들을 읽어 보았다. 내 신청서 처리 기간이 예상 처리 기간의 두배를 넘어 선 것을 확인했다. 이렇게 이상한 상황인데도, 앵무새 같은 답변만 듣고 기다려야 하다니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9. 그래서 결국 이곳을 찾았다... 옴부즈만  


Image result for ombudsman


<옴부즈만 관련 한글 설명 자료(링크)> 



옴부즈만은 호주 중앙 또는 지방 정부/공공 기관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 구제를 요청할 수 있는 감독/조정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포스팅에 적었던 Fair Trading (공정거래청)이 민간 기업으로 부터 받은 피해를 중재하는 곳이라면 옴부즈만은 공기관으로 부터의 피해를 중재하는 곳인 셈이다.


우선 옴부즈만 이용시, 내가 피해를 입은 기관이 어디인지 확인해야 한다. 해당 기관에 따라 연방 옴부즈만 또는 지방 옴부즈만에 민원 접수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는 퀸즈랜드 법무부와 관련대 사안이라, 자동으로 퀸즈랜드 주 옴부즈만으로 연결되었다.


불만접수 시 작성해야 할 내용은 3가지였다. 첫째, 언제 무엇이 발생했나. 둘째, 무엇이 불공정 또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가. 셋째, 해당 기관이 뭘 해줬으면 좋겠는가. 여기에 덧붙여 불만접수 내용을 해당 기관의 민원 담당 부서와 공유해도 좋은가.


접수 후 몇 일 뒤에 메일을 받았다. 일단 블루카드 담당부서에 내 민원에 대해 자체적으로 해결토록 권고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틀 뒤, 블루카드 담당자에게서 직접 전화를 받았다. 두 달이나 깜깜 무소식이던 서류가 경찰청에서 방금 돌아왔으며, 카드 발급이 완료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끊임없이 문의했을 때 그 딱딱하고 사무적인 앵무새 답변과 너무나 대조적인 말투며, 카드가 당장 필요하면 지금 번호부터 불러주겠다는 호의까지. 


그렇게 무려 두 달을 훌쩍 넘겨 세 달을 향하던 나의 블루카드 신청서는 옴부즈만 중재 후 단 이틀만에 경찰신원조회부터 카드 발급까지 일사천리로 끝나버렸다. 시원하고, 또 한편으론 허무한 경험이었다.



<요약>


1. 호주의 정부/공공기관에서 피해를 입거나 불편을 경험한 경우 옴부즈만에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2.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관에서 잘못한 것을 확실히 증명해야 하므로, 역시 꾸준한 기록이 중요! 




* 이 포스팅은 호주에서 겪은 개인적 경험담으로 법적 자문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Posted by 세월부대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