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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1.20 백호주의? 호주엔 과연 인종차별이 있을까?

Picture: Annette Dew Source: The Courier-Mail


최근 호주 국회의원 테레사 감바로가 이민자들의 위생관념과 질서의식을 질타하며, 데오도란트 사용법과 공공 장소에서 줄 서기를 가르쳐야 한다는 발언으로 홍역을 치룬 일이 있었습니다. 물론, 비판에 직면하자 곧바로 사과를 했지만, 이번엔 이민자들이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 인종차별을 피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다시 논란을 일으켰답니다.

기사1: Hygiene lessons will help migrants integrate: Coalition (위생교육이 이민자의 호주 사회 동화를 촉진할 것)
기사2: Deodorant MP Teresa Gambaro tells immigrants to learn English ('데오도란트 의원' 테레사, "이민자들 영어 배워야")

기사의 댓글을 살펴 보면, 예상대로 테레사를 지지하는 의견도 제법 있습니다. 또, 그녀의 접근 방식에 대해서는 비판하면서도, 내면에 담긴 의미에는 동의하는 사람들도 많더군요. 호주를 이민자에 관대한 나라로 생각하셨던 분들에겐 다소 충격일지도 모르죠. 어쨌든, 이 사회에서 이민자란 이름표를 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쯤 생각해 봐야 할 이슈인 것 같습니다. 



흔히, 호주 내에서의 인종차별을 이야기 할 때 그 시초로 거론되는 것이 백호주의(White Australia Policy)랍니다. 역사 속의 이야기 같지만 사실 이 법이 폐지가 된 것은 그리 오래 전이 아니라고 합니다. 1973년 75년에 걸쳐 인종에 따른 이민자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오늘날의 다인종 호주 사회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법과 제도로써 사람의 인식마저 바꾸기는 힘든 것은 역시 주지의 사실인 것 같습니다. 백호주의의 역사적 종언 이후에도 호주 사회에서는 인종차별과 관련해 크고 작은 사건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죠. 아래 그동안 발생했던 사건들을 몇 가지 적어봤습니다.  



1980년대 서호주 지역의 퍼스에서 아시아 이민자들이 운영하는 상점을 상대를 약탈, 방화를 일삼았던 반 통거른 (van Tongeren)입니다. 베트남전 참전이후 신나치즘을 표방하며 인종주의 활동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아버지는 아시아계인 자바인이라고 합니다. 아이러니하죠. 

1989년 부터 2002년 까지 방화 등의 혐의로 복역하고, 2004년에 다시 체포되었는데 이후 재판에서 서호주를 떠난다는 조건으로 풀려났다고 합니다. 그 후엔 동부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고 하네요. 동부라면 혹시 브리즈번?? ^^;
 


Http://krchinajilin.com.cn


2005 Cronulla riots으로 알려진 사건입니다. 2005년 12월 경 시드니 근교의 크로눌라 해변에서 중동 출신의 청년들이 백인 수상안전요원을 폭행했고, 이에 항의하는 군중들이 모였다가 우연히 주변을 지나던 아랍계 청년을 집단 폭행하면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처음엔 평화적으로 항의하기 위해 모였던 군중이 술에 취해 돌변했다고 하네요. 이 폭동은 이후 몇 일간 크로눌라 근교까지 퍼져나갔다고 하는데, 진압하던 경찰관과 엠뷸런스에도 테러를 가하는 등 난동을 부렸다고 합니다.   

http://www.independentaustralia.net


1996년 선거를 통해 의원으로 선출되었던 폴린 핸슨입니다. 그 해 9월에 있었던 그녀의 연설은 아직 까지도 인종차별에 관한 문제를 논의할 때 회자되곤 합니다(연설 동영상). 그 연설의 요지는 아시아 이민자들은 호주 내에서 그들의 고유한 언어와 문화를 유지한채 그들만의 공간(Ghetto)을 만들어 간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다문화 국가는 모두 쇠락의 길을 걷고 있으며, 미국이나 영국 등도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물론, 어느 사회나 다문화주의에 대한 반대를 표명하는 정치세력이 있기 마련입니다. 소위 정치적으로 보수파로 일컬어지는 쪽에서 이런 주장을 하는 경우나 많은데, 이런 인물이 선거에서 당선이 되고 공개적으로 이민자들을 비난하는 발언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 만큼 그녀의 의견에 동의하지만 침묵하고 있는 대중이 상당하다는 반증이 아닐까요. 어쩌면 인종차별의 문제 해결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이처럼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대중이 아닌가 싶습니다.


http://www.desivideos.net


2009년 중순에 발생한 인도 유학생 폭행 사건 역시 큰 이슈가 되었지요. 멜버른 지역에서 네 명의 인도 유학생이 인종차별적 동기로 집단 폭행을 당했는데, 그 중 한 명이 중태에 빠지면서 분노한 인도학생들 수 천명이 거리 시위를 진행했답니다. 당시에 저는 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학교 본부에서 모든 유학생에게 메일을 발송해 유감을 표시하고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답니다. 당시 총리였던 케빈 러드 역시 "호주엔 인종차별이 없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죠. 인도 유학생의 비율이 상당함을 고려할 때, 일련의 조처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보면 뭔가 개운치 못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 곳에서 만난 한국분들의 인종차별에 관한 의견은 상당히 대조적입니다.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분들과 상당하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입니다. 여기서, 인종차별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의견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분들의 주장 중 상당수가 위에서 이야기한 테레사 의원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는 점입니다. (예: "호주 인종차별 못느껴.. 개인 능력이 좌우", 호주뉴스

물론, 다른 문화를 가진 사회에 처음 왔을 때 의사 소통의 문제로 인종차별이란 오해를 할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생각은 영어가 좀 더 능숙한 이민자들이 그렇지 못한 이민자들을 타자화하는 문제점을 양산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민자들 간의 반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번 테레사 의원의 위생교육 관련 발언이 있었을 때 그녀를 비난했을 외국인들 중에는 분명 "더러운 아무개 때문에 우리 까지 싸잡아 야만인 취급 당한고"고 생각한 사람들이 없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쩌면 이런 사고 방식이 비주류의 입장에서 더 두려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Posted by 세월부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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