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퀸즐랜드 주의 총선이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선거 결과는 노동당의 참패. 맥락은 다르지만 "자유당의 의석 독점을 막아달라"고 외치던 전임 수상 블라이의 모습은 흡사 대한민국 18대 총선 당시 대패를 눈 앞에 뒀던 민주당의 '견제론'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한국이나 호주나 국민들은 결국 '견제론'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음이 들어난 것이다. "그 놈이 그 놈"이란 정치적 냉소의 발로다.
이런 정치 냉소의 시대엔 역시 미디어를 잘 활용해 현 국면을 관통하는 화두가 무엇인지 잘 파악해 그것을 선점하는 정치인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디어에서 누군가를 그 화두 - 소위, 시대적 과업에 - 적합할 것 처럼 그린다면, 그 어떤 네거티브 공세에도 그가 승리할 가능성은 높다. 물론, 그 시대적 과업으로 묘사되는 의제 역시 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결국, 미디어를 통해 링을 만들고 그 위에 먼저 올라서는 선수가 승리하는 것이 오늘날의 정치 환경이라고 하겠다.
이쯤 얘기하면 누구나 대한민국의 지난 대선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경제 살리기'란 화두가 미디어를 점령했고, 그 과업을 수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것 처럼 묘사 되었던 사람은 대한민국의 수장이 되었다. 이번 호주 선거에서도 그런 규칙은 어김 없이 사실임이 증명되었다. 자유당은 역시 "경제 살리기"라는 화두를 미디어를 통해 줄기 차게 제기했고, 노동당 장기 집권을 경기 불황의 원인으로 몰아 갔다. 여기에 노동당은 자유당의 리더인 캠벨 뉴만의 개인 비리에 초점을 둔 네거티브로 응대했고, 결과는 참혹했다. 그것은 흡사 '경제 살리기'라는 이슈에 BBK 공세로 힘겨운 싸움을 하다가 대패했던 지난 대한민국 대선의 민주당과 같았다.
Source: Quest Newspapers
니일 사임즈 (사진) 역시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진 화두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나이는 스물 셋. 이번 선거를 통해 정치인이 되기 이전의 직업은 울워스 수퍼마켓의 직원. "나는 물가 상승을 최 일선에서 느꼈던 장본인이다", "내가 의회로 가져갈 것은 바로 수퍼마켓에서 일했던 근면함이다"라는 그의 이야기는 미디어의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는 미디어의 예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를 눈 앞에 둔 대한민국엔 지금 미디어를 통한 선거전이 한창이다. 진보 야당 쪽에서는 소위 '현정부 심판'이라는 화두를 적절히 미디어화 하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 링 위에 잘 오르기만 해도 절반은 먹고 들어 가는 데, 너무 방심했던 것인지 이런 저런 잡음을 많이 내며 소위 헛발질도 여러 번 했다. 여하튼, 재미있는 선거가 될 것 같다. 특히, 정치의 미디어화에 큰 공헌(?)을 한 손수조 후보의 결과는 자못 궁금하기 까지 하다. 미디어의 관심이란 측면에선 굉장히 성공적인 선택인데, '현정부 심판'이란 화두에 걸린다. 쓸모 없는 가정이지만 그녀가 민주당 측으로 공천을 받았다면 미디어의 영향력을 더욱 잘 활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도 지역감정의 영향력을 더욱 신뢰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선택이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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