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관한 이야기/생활정보

[호주에서 억울한 일 당했을 때 시리즈] #1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고 환불을 받지 못한 일이 있나요?

세월부대인 2018. 8. 16. 12:25

호주에 좋은 첫인상을 가진 사람들은 이곳을 천국처럼 이야기하지만,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나 장단이 있기 마련. 지낸 시간이 1년, 2년 쌓이다 보면 답답하고, 황당하고, 때론 화가 나고 억울한 일도 겪게 되는 것이 인생사. 시쳇말로 강산이 변할 시간을 호주에서 보내다 보니, 나 역시 즐거운 일도, 슬픈 일도, 화가 나는 일도 모두 겪었던 것 같다. 호주 사는 분들의 블로깅을 간혹 보면 모두 기쁘고 신나는 일들만 가득한 듯 보이지만^^; 모두 다하는 멋진 호주 이야기에 하나 더 보태는 것보다, 호주 생활의 억울하고 답답한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기록을 남겨보려고 한다. 억울한 거 못 참는 성격에 서툰 영어로 집요하게 해결했던 경험담 까지!


지상낙원이라 생각했던 호주에서 맞은 첫 아침 (2006년 6월 27일)





# 1: 호주에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고 문제가 있는데 환불을 못 받은 적 있으신가요?



처음 호주에 오기 전 친구가 이런 얘기를 해준 적이 있다. "네가 돈 쓸 때는 영어 못해도 호주 사람들이 다 알아듣는데, 네가 돈 벌어야 하는 때는 못 알아듣는다"


난 여전히 친구의 이 이야기를 떠올리면 고개를 끄덕인다. 비슷한 경우로 내가 이곳에서 일하고 공부할 때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그들의 위치를 위협할 가능성이 없을 땐 내 영어가 유창하다고 하지만, 내가 그들의 경쟁자로 인식되는 순간 내 영어는 원만한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치부한다'


수퍼에서 물건을 사거나, 호텔에서 숙박을 하거나, 차량 대여 업체에서 차를 빌리거나... 이런 일상 속에서도 역시 그 친구의 이야기대로, 내가 돈을 쓸 때는 의사소통에 별 문제가 없기 마련이다. 몸 짓 발 짓으로 해도 다 알아 듣는다 ㅋㅋ 그런데, 일단 그렇게 돈을 지불하고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은 이후에 어떤 문제가 발생해서 대응할 땐 유창한 영어가 아니면 불합리한 상황에 직면하기 일쑤. 그냥 외국 생활의 어려움 중 하나려니 생각하고, 속으로 삭이며 넘어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나처럼 억울한 일 있으면 자꾸 머리에 맴돌아 못 참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기 마련이다.


내가 겪었던 일은 이렇다. 


1. 차량을 한 대 렌트를 했는데, 저녁에 보니까 전조등 하나가 수명이 다해서 교환이 필요했다. 업체에 전화했더니, 차량을 가지고 오거나, 교환 후 영수증을 제출하면 반납할 때 돌려준다고.


2. 전조등 교체후 차량을 반납할 때 환불받을 신용카드 사본을 제출. 물론, 바로 처리가 안될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아니나 다를까! 몇 일 뒤에 '역시 호주' 이렇게 생각하며 담당자에 메일을 보냈더니, 환불 처리에 시간이 걸리니까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3. 1주일 뒤에 여전히 환불 처리가 안 되어, 다시 담당자에 문의했지만, 이번에 아예 묵묵부답. 그래서 이번엔 해당 업체 본사의 마케팅 책임자에게 관련 내용을 보내어 처리를 요청. 역시, 첫 응답은 '빨리 확인하고 처리하겠다'라고.


4. 그러자 지점에서 다시 메일이 와서, 진짜 처리했고 통장에서 확인하는 건 원래 좀 오래 걸리고 우리 소관이 아니니 그냥 기다리라고 한다. 그래서 카드사에 문의했더니, 해당 업체로부터 환불처리 요청받은 것이 없다고 (이것들이!!) 



 Subject: RE: Feedback


Please let them know – the refund has been done.

 

It takes 3-7 working days to appear in their account(beyond our control)

 

Thanks

 

Kind Regards

Tip! 호주에서 억울한 일 당하지 않으려면 기록을 남기기 유리한 이메일을 이용하자


5. 다시 지점에 메일을 보내서 카드사에서 환불 요청받은 것이 없으니, 진짜 처리했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역시 묵묵부답... 그리고 시간이 한 달을 넘어 카드비 납부일도 지나고. 카드사에선 여전히 요청 들어온 것이 없다고... (아!! 돈 30불에 왜 이렇게 사람을 괴롭히냐고)


6. 이쯤이면 그냥 시원하게 욕 한 번 하고 넘어가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다신 그 업체 이용 안 하기로 다짐하고, 여기저기 소문도 내고. 그런데, 겨우 30불로 무려 한 달을 기다리게 만든 것이 화가 나서 죽어도 받아내겠다고 다짐하고 말았다.


7. 그래서 찾은 곳이 바로 호주의 대표적 후기 사이트 "프로덕트 리뷰" (productreview.com.au) 예전에도 전화기 회사가 말도 안 되는 문제를 늑장 처리해서 이곳에 올리자마자 해결된 경험이 떠올라서... 이 리뷰 사이트엔 호주에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상품과 각종 업체들에 대한 후기들이 많이 있다. (사실, 후기라고 적고 컴플레인이라 읽는 것이 좋은 사이트 ㅋㅋ) 국내에선 워낙 광고인들의 후기들이 많아 별 5개 후기들이 넘쳐나지만, 여기에선 웬만해선 별 3개도 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비밀 리뷰를 올리면, 업체 마케팅 책임자가 연락을 준다


이 사이트의 특징은 <비밀 리뷰>라는 것이 가능하다. 해당 사이트에 고객센터 책임자가 아이디를 가지고 있는 업체의 경우엔 리뷰를 발행하기 직전에, 업체의 고객센터에 먼저 보여주고 협상을 하고 싶은지 묻는다. 그때 "예"를 선택하면 비공개 리뷰로 작성되고, 먼저 그 업체의 책임자로부터 응답을 받게 된다. 사실 이번 경우엔 이미 본사 마케팅 책임자까지 이야기를 했는데도, 처리가 안 되는 경우라 그냥 처음부터 공개 리뷰를 하고 돈은 잊어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남한테 대놓고 나쁜 소리 못하는 성격 때문에 ㅜㅠ (심지어 리뷰에 별 하나를 주길 망설이다 두 개를 줬다는) 결국, 또 비공개 리뷰로 작성 후 업체 답변을 기다렸다. 물론, 환불 처리가 됐다는 앵무새 답변만 받게되었고...


시간은 어느덧 두 달에 가까워지고, 푼돈 두고 너무 오랜 "전투"를 한 탓에 사기도 많이 떨어진 터라 그냥 저긴 '노답'업체구나 생각하며 분을 삭이려는 찰나...


역시나 그간 받은 무성의한 답변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니 분노 게이지가 다시 급상승. 이젠 정말 마지막이란 생각에 이곳의 문을 두드렸다. 이름하여 Office of Fair Trading (공정거래청) 두둥!



공정거래청에 관한 한글 설명 자료


30불을 위해 Fair Trading에 권익침해 접수를 하다




살면서 별 인연이 없을 것 같은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내게 공정거래청이란 곳은 사실 그런 곳이었다. 홈페이지에 가면 권익침해 관련 접수를 하는 란이 있다 (Make a complaint about a business or seller) 여기에서 불만 접수 서류를 작성하면 되는데, 작성에 필요한 내용은 대강 이러하다 - 업체 정보, 지불한 금액과 방법, 환불을 요하는 금액, 시간 흐름에 따른 사건 설명, 업체에서 제시한 해결방안, 내가 원하는 해결방안.


그렇게 접수를 한 지 한 주가 지나고 이런 메일을 받았다.


Dear Mr ,

 

Reference number: C-

 

I’m writing to you about your complaint regarding ________ that you lodged with the Office of Fair Trading (OFT).

 

The OFT is Queensland’s marketplace regulator and works to ensure both consumers and traders can participate in a fair and safe marketplace.

 

Based on the information you have provided, I would like to conciliate between you and the trader to try to find an agreeable solution to both parties.

 

I will shortly be contacting the trader on your behalf to commence the conciliation process. I will then update you on the trader’s response and your options.

 

Please be aware that conciliation is not compulsory, and the trader may not wish to participate. The trader may also disagree with your version of events or be unwilling to remedy the situation in the way you prefer. If this happens, I cannot force the trader into a course of action. In Queensland, only a court or tribunal has this power. If conciliation is unsuccessful, I will advise you of your options to take your complaint further if you wish to do so.

 

To ensure your complaint is processed as quickly as possible, make sure you quote the reference number above in any correspondence.

 

We try to resolve all complaints within 30 days. Every complaint is unique though, so please treat this as a guide only. I will contact you once I have obtained a response from the trader.

 

If you have any questions regarding your complaint please contact me on 07 4799 7485.

 

Yours Sincerely

 


음... 업체는 과연 공정거래청 조사관에게 어떤 답변을 할까 궁금했다. 법적 구속력이 없으니, 내게 했던 앵무새 답변을 반복하는 건 아닐지...


이 메일을 받고 불과 이틀 만에 민원 처리가 완료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Dear Mr ,

 

Reference number: C-

 

I’m writing to you regarding your complaint to the Office of Fair Trading (OFT) about __________.

 

In my last correspondence to you, I advised I would contact the trader on your behalf to try to conciliate an agreeable solution for both parties.

 

Please find below a copy of their response for your information.

 

As I advised in my earlier correspondence, the OFT cannot force a trader to give you a remedy. If you wish to pursue your complaint further, you can:

 

  • take action in the Queensland Civil and Administrative Tribunal (QCAT)
  • get independent legal advice.

 

QCAT is an independent tribunal with the power to assess and decide consumer and trader disputes. For more information on how to lodge an application in QCAT (fees may apply), visitwww.qcat.qld.gov.au or phone 1300 753 228.

 

Following are several organisations that provide free legal advice for eligible people. Each organisation can advise you of their particular eligibility rules.

 

 

This complaint has now been finalised by our office.

 

If you should need the OFT’s services in the future, please visit www.qld.gov.au/fairtrading or call 13 QGOV (13 74 68).

 

Yours Sincerely


그리고, 조사관이 해당 업체로부터 받은 이메일도 요렇게 첨부해줬다.


 

Thanks for sending through the email.

 

I would firstly like to apologise to Mr ___ for the perceived lack of response. I was of the understanding that the refund for Mr ___ had been done.

 

It unfortunately hadn’t been done. I have now personally done the refund (yesterday) and it should hit his account in 3-7 working days.

 

Sorry it had to escalate to this and please apologise once more to Mr ____.

 

Thanks for your help.

 

Kind Regards

 


아마, 업체에서도 30불로 공정거래청 연락을 받는 일이 생길 거라곤 전혀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암튼, 내겐 무책임하게 "처리했다"로 일관하던 업체에서 무려 사과의 표현을 2번이나 했다. 공정 거래청의 중재가 효과가 없진 않았던 셈. 물론, 저 뉘앙스를 보면 "아 뭐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나" 이런 기분으로 쓴 것 같긴 하다 ㅋㅋ


그렇게 무려 두 달이 넘게 기다려서 30불을 환불받았다. 큰돈이 아니지만, 그 작은 돈 때문에 억울할 뻔했던 상황에서 벗어난 것 같아 아주 기쁜 마음에 곧장 40불이 넘는 맥주를 한 박스 샀다는 해피앤딩!   



- 요약 -


호주에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고 문제가 있어 환불을 요청할 경우:


1. 업체 담당자에게 요청한다 (실패할 경우 2번으로) 


2. 프로덕트리뷰에서 비밀리뷰를 작성한다. 작성시 업체 담당자와 주고 받은 기록을 첨부 (실패시 3번으로)


3. 모든 시도가 실패하면 공정거래청에 권익침해 접수   




* 이 포스팅은 호주에서 겪은 경험담으로 법적 자문을 거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