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관한 이야기

호주 언론을 몇 일 간 장식했던 UQ 선거 민주화 시위

세월부대인 2012. 8. 30. 21:45

8월 29일 정오 퀸즈랜드대학(University of Queensland) 본관 앞에 총학생회 선거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수 백 명의 학생들이 운집했다.


사건의 발단은 현 집권 유니온인 '프레쉬'(Fresh)가 금년도 선거에서 경쟁 세력인 '펄스'(Pulse)를 무력화 시키기 위해 사전에 동일한 정당 명칭을 등록했다는 의혹이다.

▲ 프레쉬 캠프 집권 유니온인 프레쉬는 학생들의 시위가 진행되는 가운데도 선거 유세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 선거에서는 과거에 사용된 정당 명칭을 보호하는 규정이 존재했다. 하지만 최근 집권 유니온이 소위 '날치기'로 관련 규정을 폐기한 것이다. 훌륭한(?) 정치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첫걸음이랄까? ㅎㅎ

펄스는 현 집권 세력인 '보수' 유니온에 대항해온 '좌파' 연대가 사용해 온 정당명이다. 펄스는 공식 선거 켐페인이 시작되기 이틀 전에야 자신들의 정당이 이미 등록되었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좌파연대는 공식 선거 유세에 대비해 이미 펄스 명칭을 부착한 각종 선거 물품을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 게다가 선거에서 정당의 명칭이 지니는 상징성을 감안하면 다른 이름으로 선거에 나서는 것은 어려운 셈. 결국, 이번 선거에 불참하고 이렇게 선거 보이콧에 나선 것이다. 물론, 집권세력은 아랑곳하지 않고 선거를 진행중이다.


선거에 등록된 '가짜' 펄스의 후보자 명부에는 현 총학생회 회장인 콜린 핑크(Colin Finke)씨의 Brother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프레쉬측은 공식 성명을 통해 "펄스 측의 비난은 근거가 없고, 선거는 민주적 절차를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익숙한 말투지요? ㅎ

▲ 관제야당? 펄스란 이름으로 이미 등록된 후보 명부에 현 회장인 콜린씨의 동생 이름도 보인다
ⓒ Democracy 4 UQU



프레쉬 측에서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지난 주 22일 열린 비공개 선거공판 (Electoral Tribunal)에서 펄스 측의 주장이 기각되었기 때문이다. 선거규정 변경과 정당 등록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란 그렇다. 규정과 절차만 지킨다고 정당성과 민주적 가치가 지켜지는 것은 아닌 것.

시위대는자유 발언을 끝내고 학생회 건물로 행진했다. 교내에는 프레쉬의 선거유세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충돌은 없었다. 학생회 건물은 문이 닫혀있는가운데 경비원들만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야당 대표(?)가 굳게 닫힌 문 앞에 서서 집권당 대표와 면담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이 쪽도 정치를 좀 아시는 듯^^

▲ 굳게 닫힌 문 펄스 측 회장후보였던 오닐씨가 학생회 건물 앞에서 현 학생회장인 콜린씨와의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약 4만 4천 명의 학생이 납부하는 학생회비가 주 수익원인 학생 유니온은 1년에 약 150만불 이상의 예산을 집행한다고 한다. 엄청난 규모지만 관심있는 학생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런지......